(주)리뉴시스템 이종용 대표이사
상온·상압 특허기술로 화학적 재활용 패러다임 전환
내년부터 국내에서도 ‘보틀 투 보틀’(bottle to bottle) 재활용이 본격화된다. 정부는 2026년 1월 1일부터 연간 5,000톤 이상 PET병을 사용하는 음료업체를 상대로 재생원료 10% 사용을 의무화한다. 이 비율은 2030년까지 30%로 점진적으로 상향조정하고, 대상 업체도 연간 1,000톤 이상 페트병 사용 기업까지 확대된다.
현재 PET 재활용 시장에서는 물리적 재활용이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데, 물리적 재활용 PET는 재활용을 반복할수록 물성이 떨어져 결국 폐기해야 하기 때문에 자원 순환보다는 폐기를 늦추는 것에 가깝다. 품질 저하에 따른 폐기 양을 감안하면, 재생원료 의무 사용 비율이 높아질수록 원료 수급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화학적 재활용이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는데, 이를 통해 오염되거나 혼합된 플라스틱 등 물리적 재활용으로는 처리가 어려운 폐기물도 재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화학적 재활용은 고가의 촉매 가격, 높은 에너지 비용과 설비 투자비 등으로 상업화가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안정적인 폐자원 확보의 어려움, 고비용·고위험 공정 조건, 낮은 경제성, 그리고 품질 관리 등 여러 문제로 국내 대기업을 비롯해 글로벌 기업들이 화학적 재활용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국내 중소기업인 리뉴시스템이 화학적 재활용의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글로벌 방수기업에서 해중합 기술의 자원순환 환경기업으로
건축, 토목 구조물에 대한 완전 방수와 영구적인 누수보수기술, 방수 신소재 특허기술로 글로벌 경쟁력을 보유한 기업인 리뉴시스템은 이제 난 분해성 플라스틱 폐기물의 화학적 재활용을 통해 순환 경제와 탄소 중립을 실현하는 환경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리뉴시스템(RENEW SYSTEM)은 ‘소생’, ‘갱생’ ‘되살린다’라는 기업명처럼 폐 소재를 활용한 방수재 개발과 폐플라스틱의 화학적 재활용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이다. 26년간 방수재 사업으로 쌓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최근에는 글로벌 화학 대기업들도 고전하는 폐플라스틱 화학적 재활용 분야에서 독보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막대한 에너지 소모와 온실가스 배출, 높은 생산단가와 품질 문제 등 기존 화학적 재활용 기술이 갖고 있는 구조적 문제를 극복한 리뉴시스템의 메탄올리시스 기반 해중합 기술은 저온, 상압, 저가 촉매를 사용하면서도 고순도의 재생 DMT를 생산하는 획기적인 화학적 재활용 기술이다. 글로벌 화학기업들까지 리뉴시스템을 주목하는 이유다.
인천공항 누수 문제가 만든 ‘터보씰’ 신화
리뉴시스템의 첫 번째 혁신은 1999년 인천국제공항 누수 문제에서 시작됐다. 인천공항은 팽창 성능이 있는 해외 제품인 벤토나이트를 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심각한 누수 문제는 계속되었고, 당시 언론에 보도되며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인천공항의 방수 문제는 매립지 기반 인공섬 공항의 구조적 특성과 기존 방수재의 기술적 한계에서 비롯된 것이었는데, 이종용 대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천공항 누수 현장을 누볐다.
기존 방수재의 문제는 명확했다. 접착 경화 방식으로 급격한 온도 변화나 건물 진동에 의한 외부 충격으로 방수층이 쉽게 깨졌다. 특히 인천공항은 바닷가에 위치해 해수 염분의 영향을 받아 접착을 방해하는 요소가 많았다. KT 지하 시설에 물이 들어와 24시간 펌프로 물을 퍼내야 했던 사건이 있었는데, 당시 인근 논두렁이 말라버릴 정도로 많은 양의 지하수가 유입된 사례는 당시 방수 기술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최근 빈번해지는 싱크홀 사고로 인해 지하구조물과 콘크리트 구조물 공사에서 누수 및 방수의 중요성은 날로 부각되고 있다. 리뉴시스템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내 최초로 굳지않는 상태에서 방수 성능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수재인 ‘터보씰’을 개발했다. 딱딱하게 굳어 누수를 방수하는 기존 방수재는 구조물에 균열이 생기면 방수재도 함께 균열이 생겨 다시 누수가 발생했다.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역발상
이 대표는 “누수는 구조물의 암이다”라는 문제의식 아래 새로운 접근을 시도했다. 그는 균열의 원인이 접착, 경화 방식에 있다고 보았고, 기존 방수재 개념을 정반대로 뒤집어 점착, 비경화 방식의 개발을 시도했다. 그가 주목한 것은 점도 차이를 활용한 방수 원리였다. 물의 점도는 1cP에 불과하지만 꿀의 점도는 6만cP에 달한다. 큰 점도 차이로 인해 물이 꿀을 통과하지 못한다는 점에 착안해, 반영구적으로 굳지 않는 겔 형태의 방수재를 생각해냈다.
이를 바탕으로 개발한 ‘터보씰’은 세계 최초로 수중에서도 방수 공사가 가능한 획기적인 제품이 됐다. 기존 방식이 ‘접착-경화’였다면, 터보씰은 ‘점착-비경화’ 방식으로 건물의 거동과 진동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기재와 함께 따라 움직이는 고점도 방수재라는 발상의 전환이었다.
리뉴시스템은 이 기술로 100% 완전 방수를 달성했다. 인천공항을 비롯해 KT빌딩, 싱가포르 창이공항, 샌프란시스코 공항, 베트남 등 국내외 주요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26년간 방수재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축적해왔다. 나아가 폐자원을 아스팔트 등과 중합한 자원순환형 복합방수시트‘터보시트 GTR 3000’ 개발을 통해 친환경 기업으로서의 입지도 다졌다. 방수재의 30% 이상을 폐타이어·자동차 폐오일 등 재활용 소재로 만들어 환경 보전과 탄소 저감에 기여하고 있다.
리뉴시스템은 대표 방수재인 터보씰과 터보시트를 복합한 폴리아스 공법을 개발했다. 국토교통부 신기술로 지정된 폴리아스 공법은 시공 공정의 간소화, 공사 기간 단축 및 공사·유지관리비 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2만여 건의 방수 시공을 수행했고, 미국 보스턴과 샌프란시스코, 캐나다 토론토 지하철 방수 시공 등 29개국 2500여건의 방수 공사를 시행했다.
기후변화 시대, 폐플라스틱에서 답을 찾다
26년간 방수재 사업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내던 리뉴시스템이 2020년 폐플라스틱 화학적 재활용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사업에 뛰어든 것은 순전히 환경에 대한 철학에 기인한다. 이 대표는 “새로운 사업은 리스크가 크고 안착도 어렵지만 후대에 깨끗한 환경을 물려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기후변화와 플라스틱 오염에 대한 이슈가 부각되면서 이 대표는 폐플라스틱의 화학적 재활용이 이러한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거라고 믿었다. 선행 기술을 조사하던 중 한국화학연구원의 기술을 알게 됐고, 독창성을 비교하기 위해 전 세계 기술을 조사했다. 당시 7개국에서 유사한 연구가 진행 중이었지만, 대부분 고온·고압·고가 촉매로 인한 경제성 문제와 폭발 위험성을 안고 있었다.

기존 화학적 재활용 기술은 200~300℃의 고온과 20~40bar의 고압이 필요했고, 고가의 촉매를 사용해야 했다. 더 큰 문제는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오히려 더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환경을 위한 기술이 환경을 해치는 모순이었다.
그러나 한국화학연구원의 기술은 달랐다. 해당 기술은 상온, 상압, 저가의 상용 촉매 사용 조건에서 PET를 100% 분해할 수 있다. 이 대표는 이 기술의 잠재력에 대해 확신했고, 기술이전을 결정했다. 당시 여러 대기업들도 관심을 보였지만 쉽게 결정을 못 내리고 있던 사이, 리뉴시스템은 빠른 결정으로 기술을 선점할 수 있었다.
0.5리터에서 1만톤까지, 상용화의 험난한 여정
하지만 기술이전은 시작에 불과했다. 한국화학연구원으로부터 이전 받은 기술은 0.5ℓ 초자반응기로 특허를 받은 실험실 환경 검증 기술이었다. 이를 실제 산업적 생산 규모로 스케일업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도전이었다.
리뉴시스템은 단계적으로 접근했다. 먼저 5ℓ 규모로 스케일업해 반응이 잘 이루어지는 것을 확인했고, 다음은 20ℓ, 그리고 중고 반응기를 구해 자체 제작으로 100ℓ 파일럿 설비까지 완성했다. 그러는 사이 2022년 리뉴시스템은 42억원 규모의 정부 국책과제에 선정됐고, 추가로 탈탄소 500억원 국책사업 중 180억원 규모 사업도 진행하게 됐다.

강원도 원주 문막산단에 1만톤 규모의 공장을 건설하는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국내 화학물질관리법이 OECD 기준보다 훨씬 엄격해 공장 허가를 받는 데만 1년이 소요됐다. 우여곡절 끝에 2024년 공장을 가동했지만 낮은 생산성과 품질 문제에 직면하여 제품출시를 연기 할 수 밖에 없었다.
예측과 기대를 크게 벗어난 결과에 실망한 이 대표는 사업을 접어야 할지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하지만 그는 자신부터 유기화학, 정밀화학을 공부하기 시작했고, 연구소와 함께 공정 개선에 몰두했다. 그리고 1년 반 만인 2025년 10월, 마침내 공정 효율성을 높이는 데 성공했다.
메탄올리시스 해중합 기반의 DMT 제조 기술
리뉴시스템의 화학적 재활용 기술은 메탄올리시스(Methanosis) 해중합 공법을 사용하여 60℃이하의 저온, 상압 조건에서 2시간 이내에 폐PET를 100% 분해 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메탄올리시스(Methanolysis) 방식은 메탄올을 반응물로 사용해 PET를 분해하면 합섬원료인 DMT(디메틸 테레프탈레이트)와 EG(에틸렌글리콜)가 생성되는데, 이 과정을 통해 오염되거나 유색의 폐플라스틱도 고순도 재생원료로 환원할 수 있어, 순환경제 실현의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기존 메탄올리시스 방식은 200℃ 이상의 고온, 수십 bar의 고압, 고가 촉매가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폭발 위험성과 추가적인 CO₂ 배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안전과 비용, 환경 측면에서 부담이 너무 커 대기업들도 쉽게 개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미국 기업 이스트만(Eastman)은 미국 에너지부(DOE)로부터 3억7천5백만달러의 지원을 받아 DMT 해중합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여전히 고온·고압 공정의 한계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더욱이 트럼프 행정부의 전격적인 보조금 취소로 다른 대안을 모색 중이다. 캐나다의 Loop Industries 또한 저온·저압 메탄올리시스 기술을 기반으로 SK지오센트릭과 합작해 울산에 대규모 공장 계획을 세웠으나, 현재는 재정 부담으로 합작이 중단된 상태로, 독자적 상업화를 추진 중이나 투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글로벌 화학기업들이 주목하는 첨단 재생 기술
리뉴시스템의 메탄올리시스 기술은 저온상압, 저가 촉매를 사용하면서도 높은 순도의 재생 DMT를 생산한다. 저급 폐플라스틱을 사용할 수 있으면서도 고품질, 고수율 제품생산이 가능한 진정한 친환경 기술이다. 리뉴시스템은 국내 최초로 폐PET 기반 화학적 재활용(CR) DMT 제조관련 ISCC PLUS 인증을 획득했다.
리뉴시스템은 또한 폐섬유의 화학적 선별/분리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Bottle류와는 다르게, 섬유 폐기물은 폴리에스터(PET) 이외에 이종 섬유들(예. 면, 나일론, 스판덱스 등)과 혼방되어 있어, PET를 해중합하기 위해서는 전처리(선별/분리) 과정이 선행 되어야 한다. 현재는 파일럿 규모로 운영 중이며, 2026년 공장 설립이 예정돼 있다.
일련의 개발 소식에 글로벌 화학기업들도 리뉴시스템의 기술력을 주목하고 있다. 독일의 B사와 E사 관계자들이 직접 리뉴시스템의 현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1,860개 소형 공장으로 현지 폐기물 처리
리뉴시스템의 자원순환 비즈니스 모델은 기술만큼이나 혁신적이다. 이 대표는 여기서도 발상을 전환한다. “폐기물을 이동하는 것 자체가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킨다. 그렇다면 현지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현지에서 바로 처리하면 어떨까?”

재활용 PET 플레이크 시장은 연간 1860만톤 규모다. 원주 공장의 생산능력이 연간 1만톤이니, 전체 시장을 처리하려면 1860개의 공장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의 아이디어는 화학 산업의 전통적인 ‘규모의 경제’ 논리를 뒤집는 것이었다. 대형 플랜트 하나를 짓고 전국의 폐기물을 모으는 대신, 지역마다 소형 공장을 지어 현지에서 곧바로 처리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폐기물 운송으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고, 지역 고용도 창출된다.
이 대표의 목표는 명확하다. “전 세계 1,860개 공장을 짓는 것입니다. 공정 시설을 라이선스화해서 각 지역에 보급하면, 폐기물은 자원이 되고 지역 경제도 살아날 겁니다.” 화학적 재활용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화학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하여
이제 리사이클링의 의미도 점점 엄격해지고 있다. UN과 EU는 그린워싱 방지를 위해 재활용의 실질성과 투명성을 강화하고 있으며, 특히 “textile-to-textile”, “bottle-to-bottle”, “PET-to-PET” 같은 동종 재활용(closed-loop recycling)만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리뉴시스템의 기술은 이런 강화된 규제 환경에 완벽하게 부합한다.

리뉴시스템은 현재 메탄올리시스 기반 기술의 모든 검증을 끝내고 상용화 단계에 있으며, 글라이콜리시스 기반 기술도 2027년까지 개발 완료할 계획이다. 두 가지 해중합 기술을 모두 보유하게 되면 리뉴시스템은 폐플라스틱을 처리할 수 있는 리사이클링 종합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다.
기술 패러다임 전환으로 인천공항 누수 문제를 해결하며 방수산업에서 혁신을 이끌었던 이 대표는 이제 플라스틱 재활용 분야에서 혁신적인 화학적 재활용 기술과 현지 분산형 소형 공장이라는 경제 모델을 통해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미래 세대에 깨끗한 환경을 물려주겠다는 한 기업인의 철학이, 글로벌 화학기업들도 이루지 못한 기술 혁신으로 이어지고, 나아가 화학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진화하고 있다. 리뉴시스템의 도전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내년부터 국내에서도 ‘보틀 투 보틀’(bottle to bottle) 재활용이 본격화된다. 정부는 2026년 1월 1일부터 연간 5,000톤 이상 PET병을 사용하는 음료업체를 상대로 재생원료 10% 사용을 의무화한다. 이 비율은 2030년까지 30%로 점진적으로 상향조정하고, 대상 업체도 연간 1,000톤 이상 페트병 사용 기업까지 확대된다.
현재 PET 재활용 시장에서는 물리적 재활용이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데, 물리적 재활용 PET는 재활용을 반복할수록 물성이 떨어져 결국 폐기해야 하기 때문에 자원 순환보다는 폐기를 늦추는 것에 가깝다. 품질 저하에 따른 폐기 양을 감안하면, 재생원료 의무 사용 비율이 높아질수록 원료 수급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화학적 재활용이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는데, 이를 통해 오염되거나 혼합된 플라스틱 등 물리적 재활용으로는 처리가 어려운 폐기물도 재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화학적 재활용은 고가의 촉매 가격, 높은 에너지 비용과 설비 투자비 등으로 상업화가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안정적인 폐자원 확보의 어려움, 고비용·고위험 공정 조건, 낮은 경제성, 그리고 품질 관리 등 여러 문제로 국내 대기업을 비롯해 글로벌 기업들이 화학적 재활용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국내 중소기업인 리뉴시스템이 화학적 재활용의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글로벌 방수기업에서 해중합 기술의 자원순환 환경기업으로
건축, 토목 구조물에 대한 완전 방수와 영구적인 누수보수기술, 방수 신소재 특허기술로 글로벌 경쟁력을 보유한 기업인 리뉴시스템은 이제 난 분해성 플라스틱 폐기물의 화학적 재활용을 통해 순환 경제와 탄소 중립을 실현하는 환경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리뉴시스템(RENEW SYSTEM)은 ‘소생’, ‘갱생’ ‘되살린다’라는 기업명처럼 폐 소재를 활용한 방수재 개발과 폐플라스틱의 화학적 재활용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이다. 26년간 방수재 사업으로 쌓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최근에는 글로벌 화학 대기업들도 고전하는 폐플라스틱 화학적 재활용 분야에서 독보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막대한 에너지 소모와 온실가스 배출, 높은 생산단가와 품질 문제 등 기존 화학적 재활용 기술이 갖고 있는 구조적 문제를 극복한 리뉴시스템의 메탄올리시스 기반 해중합 기술은 저온, 상압, 저가 촉매를 사용하면서도 고순도의 재생 DMT를 생산하는 획기적인 화학적 재활용 기술이다. 글로벌 화학기업들까지 리뉴시스템을 주목하는 이유다.
인천공항 누수 문제가 만든 ‘터보씰’ 신화
리뉴시스템의 첫 번째 혁신은 1999년 인천국제공항 누수 문제에서 시작됐다. 인천공항은 팽창 성능이 있는 해외 제품인 벤토나이트를 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심각한 누수 문제는 계속되었고, 당시 언론에 보도되며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인천공항의 방수 문제는 매립지 기반 인공섬 공항의 구조적 특성과 기존 방수재의 기술적 한계에서 비롯된 것이었는데, 이종용 대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천공항 누수 현장을 누볐다.
기존 방수재의 문제는 명확했다. 접착 경화 방식으로 급격한 온도 변화나 건물 진동에 의한 외부 충격으로 방수층이 쉽게 깨졌다. 특히 인천공항은 바닷가에 위치해 해수 염분의 영향을 받아 접착을 방해하는 요소가 많았다. KT 지하 시설에 물이 들어와 24시간 펌프로 물을 퍼내야 했던 사건이 있었는데, 당시 인근 논두렁이 말라버릴 정도로 많은 양의 지하수가 유입된 사례는 당시 방수 기술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최근 빈번해지는 싱크홀 사고로 인해 지하구조물과 콘크리트 구조물 공사에서 누수 및 방수의 중요성은 날로 부각되고 있다. 리뉴시스템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내 최초로 굳지않는 상태에서 방수 성능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수재인 ‘터보씰’을 개발했다. 딱딱하게 굳어 누수를 방수하는 기존 방수재는 구조물에 균열이 생기면 방수재도 함께 균열이 생겨 다시 누수가 발생했다.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역발상
이 대표는 “누수는 구조물의 암이다”라는 문제의식 아래 새로운 접근을 시도했다. 그는 균열의 원인이 접착, 경화 방식에 있다고 보았고, 기존 방수재 개념을 정반대로 뒤집어 점착, 비경화 방식의 개발을 시도했다. 그가 주목한 것은 점도 차이를 활용한 방수 원리였다. 물의 점도는 1cP에 불과하지만 꿀의 점도는 6만cP에 달한다. 큰 점도 차이로 인해 물이 꿀을 통과하지 못한다는 점에 착안해, 반영구적으로 굳지 않는 겔 형태의 방수재를 생각해냈다.
이를 바탕으로 개발한 ‘터보씰’은 세계 최초로 수중에서도 방수 공사가 가능한 획기적인 제품이 됐다. 기존 방식이 ‘접착-경화’였다면, 터보씰은 ‘점착-비경화’ 방식으로 건물의 거동과 진동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기재와 함께 따라 움직이는 고점도 방수재라는 발상의 전환이었다.
리뉴시스템은 이 기술로 100% 완전 방수를 달성했다. 인천공항을 비롯해 KT빌딩, 싱가포르 창이공항, 샌프란시스코 공항, 베트남 등 국내외 주요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26년간 방수재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축적해왔다. 나아가 폐자원을 아스팔트 등과 중합한 자원순환형 복합방수시트‘터보시트 GTR 3000’ 개발을 통해 친환경 기업으로서의 입지도 다졌다. 방수재의 30% 이상을 폐타이어·자동차 폐오일 등 재활용 소재로 만들어 환경 보전과 탄소 저감에 기여하고 있다.
리뉴시스템은 대표 방수재인 터보씰과 터보시트를 복합한 폴리아스 공법을 개발했다. 국토교통부 신기술로 지정된 폴리아스 공법은 시공 공정의 간소화, 공사 기간 단축 및 공사·유지관리비 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2만여 건의 방수 시공을 수행했고, 미국 보스턴과 샌프란시스코, 캐나다 토론토 지하철 방수 시공 등 29개국 2500여건의 방수 공사를 시행했다.
기후변화 시대, 폐플라스틱에서 답을 찾다
26년간 방수재 사업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내던 리뉴시스템이 2020년 폐플라스틱 화학적 재활용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사업에 뛰어든 것은 순전히 환경에 대한 철학에 기인한다. 이 대표는 “새로운 사업은 리스크가 크고 안착도 어렵지만 후대에 깨끗한 환경을 물려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기후변화와 플라스틱 오염에 대한 이슈가 부각되면서 이 대표는 폐플라스틱의 화학적 재활용이 이러한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거라고 믿었다. 선행 기술을 조사하던 중 한국화학연구원의 기술을 알게 됐고, 독창성을 비교하기 위해 전 세계 기술을 조사했다. 당시 7개국에서 유사한 연구가 진행 중이었지만, 대부분 고온·고압·고가 촉매로 인한 경제성 문제와 폭발 위험성을 안고 있었다.

기존 화학적 재활용 기술은 200~300℃의 고온과 20~40bar의 고압이 필요했고, 고가의 촉매를 사용해야 했다. 더 큰 문제는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오히려 더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환경을 위한 기술이 환경을 해치는 모순이었다.
그러나 한국화학연구원의 기술은 달랐다. 해당 기술은 상온, 상압, 저가의 상용 촉매 사용 조건에서 PET를 100% 분해할 수 있다. 이 대표는 이 기술의 잠재력에 대해 확신했고, 기술이전을 결정했다. 당시 여러 대기업들도 관심을 보였지만 쉽게 결정을 못 내리고 있던 사이, 리뉴시스템은 빠른 결정으로 기술을 선점할 수 있었다.
0.5리터에서 1만톤까지, 상용화의 험난한 여정
하지만 기술이전은 시작에 불과했다. 한국화학연구원으로부터 이전 받은 기술은 0.5ℓ 초자반응기로 특허를 받은 실험실 환경 검증 기술이었다. 이를 실제 산업적 생산 규모로 스케일업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도전이었다.
리뉴시스템은 단계적으로 접근했다. 먼저 5ℓ 규모로 스케일업해 반응이 잘 이루어지는 것을 확인했고, 다음은 20ℓ, 그리고 중고 반응기를 구해 자체 제작으로 100ℓ 파일럿 설비까지 완성했다. 그러는 사이 2022년 리뉴시스템은 42억원 규모의 정부 국책과제에 선정됐고, 추가로 탈탄소 500억원 국책사업 중 180억원 규모 사업도 진행하게 됐다.

강원도 원주 문막산단에 1만톤 규모의 공장을 건설하는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국내 화학물질관리법이 OECD 기준보다 훨씬 엄격해 공장 허가를 받는 데만 1년이 소요됐다. 우여곡절 끝에 2024년 공장을 가동했지만 낮은 생산성과 품질 문제에 직면하여 제품출시를 연기 할 수 밖에 없었다.
예측과 기대를 크게 벗어난 결과에 실망한 이 대표는 사업을 접어야 할지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하지만 그는 자신부터 유기화학, 정밀화학을 공부하기 시작했고, 연구소와 함께 공정 개선에 몰두했다. 그리고 1년 반 만인 2025년 10월, 마침내 공정 효율성을 높이는 데 성공했다.
메탄올리시스 해중합 기반의 DMT 제조 기술
리뉴시스템의 화학적 재활용 기술은 메탄올리시스(Methanosis) 해중합 공법을 사용하여 60℃이하의 저온, 상압 조건에서 2시간 이내에 폐PET를 100% 분해 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메탄올리시스(Methanolysis) 방식은 메탄올을 반응물로 사용해 PET를 분해하면 합섬원료인 DMT(디메틸 테레프탈레이트)와 EG(에틸렌글리콜)가 생성되는데, 이 과정을 통해 오염되거나 유색의 폐플라스틱도 고순도 재생원료로 환원할 수 있어, 순환경제 실현의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기존 메탄올리시스 방식은 200℃ 이상의 고온, 수십 bar의 고압, 고가 촉매가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폭발 위험성과 추가적인 CO₂ 배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안전과 비용, 환경 측면에서 부담이 너무 커 대기업들도 쉽게 개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미국 기업 이스트만(Eastman)은 미국 에너지부(DOE)로부터 3억7천5백만달러의 지원을 받아 DMT 해중합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여전히 고온·고압 공정의 한계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더욱이 트럼프 행정부의 전격적인 보조금 취소로 다른 대안을 모색 중이다. 캐나다의 Loop Industries 또한 저온·저압 메탄올리시스 기술을 기반으로 SK지오센트릭과 합작해 울산에 대규모 공장 계획을 세웠으나, 현재는 재정 부담으로 합작이 중단된 상태로, 독자적 상업화를 추진 중이나 투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글로벌 화학기업들이 주목하는 첨단 재생 기술
리뉴시스템의 메탄올리시스 기술은 저온상압, 저가 촉매를 사용하면서도 높은 순도의 재생 DMT를 생산한다. 저급 폐플라스틱을 사용할 수 있으면서도 고품질, 고수율 제품생산이 가능한 진정한 친환경 기술이다. 리뉴시스템은 국내 최초로 폐PET 기반 화학적 재활용(CR) DMT 제조관련 ISCC PLUS 인증을 획득했다.
리뉴시스템은 또한 폐섬유의 화학적 선별/분리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Bottle류와는 다르게, 섬유 폐기물은 폴리에스터(PET) 이외에 이종 섬유들(예. 면, 나일론, 스판덱스 등)과 혼방되어 있어, PET를 해중합하기 위해서는 전처리(선별/분리) 과정이 선행 되어야 한다. 현재는 파일럿 규모로 운영 중이며, 2026년 공장 설립이 예정돼 있다.
일련의 개발 소식에 글로벌 화학기업들도 리뉴시스템의 기술력을 주목하고 있다. 독일의 B사와 E사 관계자들이 직접 리뉴시스템의 현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1,860개 소형 공장으로 현지 폐기물 처리
리뉴시스템의 자원순환 비즈니스 모델은 기술만큼이나 혁신적이다. 이 대표는 여기서도 발상을 전환한다. “폐기물을 이동하는 것 자체가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킨다. 그렇다면 현지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현지에서 바로 처리하면 어떨까?”

재활용 PET 플레이크 시장은 연간 1860만톤 규모다. 원주 공장의 생산능력이 연간 1만톤이니, 전체 시장을 처리하려면 1860개의 공장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의 아이디어는 화학 산업의 전통적인 ‘규모의 경제’ 논리를 뒤집는 것이었다. 대형 플랜트 하나를 짓고 전국의 폐기물을 모으는 대신, 지역마다 소형 공장을 지어 현지에서 곧바로 처리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폐기물 운송으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고, 지역 고용도 창출된다.
이 대표의 목표는 명확하다. “전 세계 1,860개 공장을 짓는 것입니다. 공정 시설을 라이선스화해서 각 지역에 보급하면, 폐기물은 자원이 되고 지역 경제도 살아날 겁니다.” 화학적 재활용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화학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하여
이제 리사이클링의 의미도 점점 엄격해지고 있다. UN과 EU는 그린워싱 방지를 위해 재활용의 실질성과 투명성을 강화하고 있으며, 특히 “textile-to-textile”, “bottle-to-bottle”, “PET-to-PET” 같은 동종 재활용(closed-loop recycling)만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리뉴시스템의 기술은 이런 강화된 규제 환경에 완벽하게 부합한다.

리뉴시스템은 현재 메탄올리시스 기반 기술의 모든 검증을 끝내고 상용화 단계에 있으며, 글라이콜리시스 기반 기술도 2027년까지 개발 완료할 계획이다. 두 가지 해중합 기술을 모두 보유하게 되면 리뉴시스템은 폐플라스틱을 처리할 수 있는 리사이클링 종합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다.
기술 패러다임 전환으로 인천공항 누수 문제를 해결하며 방수산업에서 혁신을 이끌었던 이 대표는 이제 플라스틱 재활용 분야에서 혁신적인 화학적 재활용 기술과 현지 분산형 소형 공장이라는 경제 모델을 통해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미래 세대에 깨끗한 환경을 물려주겠다는 한 기업인의 철학이, 글로벌 화학기업들도 이루지 못한 기술 혁신으로 이어지고, 나아가 화학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진화하고 있다. 리뉴시스템의 도전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